개발자 오디세이아라는 책을 읽었다.
"오디세이아"는 트로이 전쟁 영웅 오디세우스(Odysseus)의 10년간에 걸친 귀향 모험담이다. 오디세우스는 트로이 전쟁에서 승리했기 때문이 아니라 10년이 걸린 귀향길 그 과정 속에서 겪는 일들을 통해서 영웅으로 거듭난다.
책 "개발자 오디세이아"는 개발자들을 위한 개발자의 경력을 오디세우스가 갖은 고초를 겪는 귀향길에 빗대서 이야기한다.
훌륭 한 개발자란 어떤 사람인가?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은 없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기술이라는 사소한(정말 기술은 사소한 부분이다) 분야로부터 시작하여 훌륭한 팀원, 조직원은 어떠해야 하는가로 이어질 수 있으며 결국 훌륭한 인간은 어떠해야 하는가?라는 인문학적 근본 질문으로 귀착되게 된다.
위 인용문처럼 "개발자 오디세이아"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생기는 더 나은 개발자에 대한 질문이 결국에는 더 나은 사람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말한다. "개발자 오디세이아"는 경력을 직접 쌓으면서 했던 어렴풋이 했던 고민이나 질문들에 대해서 더욱 선명한 질문등을 제시해 준다.
이제 항로를 결정할 시간이다.
자신이 어떻게 일을 해왔고 어떤 상황에 있는지 살펴보았다면, 이 제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이다. 진정한 자기 자신 안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소프트웨어 개발을 좋아한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작업을 하는 것을 좋아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좋아하지 않는 일보다는 좋아하는 일을 더 많이 할 수 있는 업무기회를 만들 필요 가 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 더 잘할 수 있다. 지금 업무가 맞지 않는다면, 그 이유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보아야 한다. 그 이유가 타당하다면, 변화가 필요하다.
개발자 생활이 오디세우스의 항해와 같다면 우리는 항로를 정해야 된다. 그렇기 위해서 나에 대해서 잘 알고, 알기 위해서 질문해야 된다.
욕망을 넘어 소망하는 것
코딩은 소프트웨어 개발의 일부지만 코딩을 싫어하면서 소프트웨어 가 발자 생활을 지속하기는 어렵다. 본인이 코딩을 좋아하는지, 좋아하지 않 는지 아는 것은 어렵지 않다. 돈을 안 받아도 하고 싶다면 좋아하는 것이고, 그렇지 않다면 좋아하지 않는 것이다. 욕망하는 것보다는 소망하는 일을 찾는 것이 좋다. 욕망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가치가 사라지는 것이고, 소망 은 내일 당장 죽게 된다면 더욱 간절하게 해야 하는 일이다. 욕망은 결과 지 향적이고, 성취될 때까지 행복과 기쁨이 유보된다. 성취를 위해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정작 성취하고 나면 공허함이 크다. 그래서 또 다른 더 큰 욕망을 찾을 수밖에 없다. 평생 해야 하는 업의 선택에서 욕망을 배제하는 게 바람직한 이유다.
"개발자 오디세이아"는 업과, 좋아하는 일, 행복감에 대해서 생각해볼 수 있는 기준을 제시해 준다. 이를 바탕으로 나를 돌아보면 얼마나 일을 좋아하는지 맞는지에 대해 질문을 해볼 수 있게 해 준다. 또한 개발자의 넓은 영역에서 내가 어떤 것을 좋아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말한다. 코딩은 정말 작은 영역일 뿐이다.
날밤을 새며 문제 있는 코드를 디버깅해서 꼭두새벽 유레카 를 외치며 버그를 찾아 해결한 결과의 뿌듯함을 업에 대한 만족감으로 착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그 긴 밤 쑤시는 허리와 아픈 두 눈을 비벼가며 일한 과정을 진지하게 되돌아봐야 한다. 막노동도 일을 다 마치고 막걸리 한잔 먹으면 그렇게 뿌듯할 수가 없다.
개발자라는 족속들은 인간에 대한 배려가 없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위처럼 소위 뼈 때리는 말들이 책을 보면 많이 나온다.
책은 크게 3가지로 나눌수 있다.
"나"에 대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회사"의 사람과 문화에 대한 이야기.
마지막으로 개발문화에 관한 이야기.
앞선 나와 회사에 대한 이야기는 꼭 개발자가 아니라 직장인이라면 공감할 수 있기 때문에 이 책을 꼭 개발자가 아닌 이에게도 추천을 하고 싶다.
마침 내가 회사를 다니기 시작한지 거진 10년이다.
어렸을 때는 막연히 30살이면 그럴듯한 어른이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습게도 개발자를 시작했을때도 마찬가지였다.
10년이면 이미 유명한 슈퍼 개발자라도 되어 있을 것만 같았다.
라캉의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한다."는 말처럼 "개발자 오디세이아"에서 슈퍼개발자라는 꿈은 애시당초 조작됐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니 더 이상 남의 꿈을 위해서 적당한 타협을 그만하자고 말한다.
내 개발자 경력 10년동안 어렴풋이 느끼고 고민했던 것들
해결할 방도를 몰라서 휘발되어 버린 질문들.
"개발자 오디세이아"라는 책이 해답을 주지는 않는다.
"개발자 오디세이아"는 제대로 된 질문을 하기 위해서 읽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어쩌면 누군가에게 이 책은 10년의 시간을 아껴줄 수 있다.
책에서 인상적인 문구들을 소개하면서 이만 마친다.
인문학을 몰라도 소프트웨어 개발하고 밥 먹는 것에 아무 지장이 없다.엄밀히 말하면 개발자이기 때문에 인문학이 필요한 이유 따위는 없다. 그냥 개발자이기 이전에 사람이니까 인문학이 필요한 것이다. 어떤 개발자들은 자신이 사람이 아닌 무슨 로봇이라도 되는 양 행동하기도 한다.
여기서 한 가지, 보다 근본적으로 중요한 것은 우리가 노력하고자 하는 그 일에 대한 이유다. 왜 그 분야에서 달인이 되고자 하는가? 당신은 궁극 적으로 무엇을 원하는가? 이런 질문들에 명확히 대답할 수 없다면 1만 시간 은 커녕 100시간도 지속하기 어렵다. 투자하는 시간과 훈련 방법은 부차적 인 것이다. 목적에 대한 이유가 명확하지 않으면 우리는 결코 지속할 수 없 다. 내가 가고자 하는 그 길이 내면의 진정한 부름으로부터 온 것인지 확신 할 수 있어야 한다.